1990년대 초등학교 문방구 앞 ‘불량식품’의 기억
요즘 아이들에게 과자는 마트에서 고르는 상품이지만,
90년대 초등학생에게 과자는 문방구 앞에서 결정되는 사건에 가까웠습니다.
주머니 속 동전이 전부였고, 선택지는 많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어른들은 늘 “몸에 안 좋다”며 못 먹게 했고,
그래서 더 먹고 싶었고,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들.
그 시절 우리가 불량식품이라 부르던 간식들은
사실 가장 값싸고 솔직한 행복이었습니다.
아폴로 – 쪽 빨아먹던 100원의 상징

아폴로는 90년대 문방구를 상징하는 아이콘 같은 존재였습니다.
작은 빨대처럼 생긴 튜브 안에 들어 있는 달콤한 젤리.
하나씩 쪽 빨아먹는 방식이라,
먹는 행동 자체가 놀이였죠.
색깔마다 맛이 다르다고 믿었지만
사실 크게 차이는 없었고,
그래도 우리는 항상 “파란색이 제일 맛있다”,
“나는 노란색만 먹는다” 같은 취향을 만들며 먹었습니다.
아폴로는 늘 100원이었고,
그 가격이 오히려 신뢰처럼 느껴졌습니다.
돈이 딱 100원 있을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이 바로 아폴로였습니다.
쫀득이 – 불에 구워야 완성되던 간식

쫀득이는 그냥 먹어도 됐지만,
진짜는 불에 살짝 구워 먹는 것이었습니다.
라이터나 연탄불, 심지어 촛불 위에 올려두면
얇은 판이 부풀어 오르면서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해졌습니다.
어른들이 보면 당장 혼날 행동이었지만,
그래서 더 짜릿했고, 그래서 더 맛있었습니다.
쫀득이는 대체로 100~200원 사이였고,
양이 많아 친구와 나눠 먹기 좋았습니다.
불에 구워서 나눠 먹던 그 풍경 자체가
이미 하나의 추억입니다.
밭두렁 – 손에 가루 남기던 고소함

밭두렁은 이름부터 촌스러웠지만,
입에 넣으면 바삭하고 짭잘하고 고소해서
손이 계속 가는 과자였습니다.
옥수수 베이스라 가볍고,
먹고 나면 손에 가루가 남았고,
책상 위에 부스러기가 떨어져도
그게 또 문방구 간식의 분위기였습니다.
100원짜리 한 봉지를 다 먹고 나면
괜히 더 먹고 싶어서 가방 뒤져 동전 더 없는지 찾아보던 기억도 납니다.
테이프 과자 – 맛보다 형태가 먼저였던 간식

테이프 과자는 진짜 테이프처럼
길게 말려 있는 젤리 형태의 과자였습니다.
맛은 평범했지만,
풀어서 길게 늘어뜨리는 재미가 전부였죠.
친구들 앞에서 길이를 자랑하고,
얼마나 안 끊어지고 먹을 수 있는지 내기하고,
결국엔 입안에 한꺼번에 넣어
질겅질겅 씹어버리는 결말.
테이프 과자는 먹는 간식이라기보다
놀다 먹는 장난감에 가까웠습니다.
코코아 – 초콜릿도 아니고 사탕도 아니었던

문방구에 팔던 코코아는 갈색 네모 덩어리 형태의 카라멜이었습니다.
작은 봉지나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었고,
겉보기엔 카라멜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딱딱하고 쫀득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엔 딱딱,
조금 씹으면 이가 붙고,
끝에는 초콜릿 비슷한 단맛만 남았습니다.
겨울엔 너무 딱딱해서
이 조심하면서 먹던 기억도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코아는
그 시절 초등학생에게 거의 초콜릿 대용품이었습니다.
가격은 대부분 100원 한 봉지,
가끔 200원이면 큰 부자 기분이었습니다.
기록자 N의 기억
불량식품은 사실 허기보다 용돈의 기록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간식들이 정말 맛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분도 불안했고, 포장도 허술했고,
위생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찔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때 우리는
돈이 많지 않았고, 선택지도 적었고,
그래서 하나하나가 더 소중했습니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친구와 나누고,
줄 서서 기다리고,
괜히 자랑하고,
괜히 숨겨 먹던 그 과정 전체가
이미 간식의 절반이었습니다.
불량식품은 결국 몸에 나쁜 음식이 아니라,
용돈으로 처음 관리하던 작은 세계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그건 음식이 아니라 시절이다.
아폴로의 단맛, 쫀득이의 식감,
밭두렁의 고소함, 테이프 과자의 장난,
코코아의 딱딱한 질감.
이 모든 건 정확한 맛보다
그걸 먹던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운동 끝나고 숨차던 얼굴,
책상 밑에서 몰래 씹던 순간,
선생님 오면 급하게 숨기던 손동작.
그래서 불량식품은 사라져도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생각보다 오래 입안에 남아 있습니다.
기록자 N의 한 줄 정리
90년대 불량식품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어린 시절을 증명하는 가장 싸고 확실한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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